[노정원 사모] 우리에게 보이시는 하나님의 뜻
하이티를 다녀왔습니다. 부서지고 일그러진 땅을 다시 밟았습니다. 지진으로 인하여 공항은 많이 변해 있고 여전히 많은 외국인들이 하이티의 재건을 위하여 들어오고 있습니다. 사랑과관심은 어떠한 상처도 치유한다는 것을 아는, 그래서 많은 것을 포기하여 오는 분들입니다. 입국심사를 기다리며 이번 방문을 위하여 일하신 하나님의 섬세한 손길에 감사했습니다. 무너진 교회 건축을 위하여 용접기와 발전기가 꼭 필요하다는 선교사님의 말씀에 여기저기 수소문하여 원하는 용접기를 구입했습니다. 두 물건을 어디에 쓰려 하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하이티를 방문한다는 말은 신기한 힘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의 격려와 찬사, 세금 공제는 물론 가격도 깎아주는 성의를 보여 주었습니다. 자신들은 갈 수 없지만 귀한 일을 한다고 어깨를 토닥여 주었습니다. 좋은 일은 많은 사람을 한 가지로 묶는 힘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용접기를 사 놓고 보니 문제가 생겼습니다. 비행기에 실을 수 있는 무게(100파운드)가 넘기 때문입니다. 비행기 회사에 걸어 사정을 이야기해도 상자의 크기도 문제지만 무게는 봐 줄 수 없다고 합니다. 용접기의 무게는 106파운드. UPS를 알아본 결과 15일이 걸리고 1500불이랍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하여 파트를 뺄 수있는지 연구를 해도 방법이 없습니다. 출발 당일. 일단 용접기를 가지고 공항으로 가 보기로 했습니다. 장로님은 차에서 기다리시고 (안되면 차에 두고 가야 하기에) 권사님은 나머지 짐을 지키시느라 떨어져 계시고 저와 목사님은 용접기와 짐을 가지고 보딩페스를 받기 위하여 섰습니다. 직원에게 사정을 해보자는 다짐을 하고 용접기를 저울에 올렸습니다. 타타타타 숫자가 올라갑니다. 저의 심장도 빨라집니다. 타타타타타타타 어!!! 그런데 이게 어찌된일입니까? 신나게 올라가던 숫자가 98.6에서 멈춤니다. 더 이상 올라가지 않습니다. 무게가 없어졌어요. 8파운드가 없어졌어요!!!! 목사님과 저는 너무 놀라 마주 보고 할 말을 잊었습니다. 살아 계신 하나님!!!
다른 짐들을 하나하나 저울에 올리면서 하나님의 철저한 간섭하심에 감사와 찬양을 올렸습니다. 무거운 용접기와 약품, 학용품 그리고 아이들을 위하여 두 번의 점심을 준비한 10상자들을 모두 찾아 숙소로 들어가 짐을 풀었습니다. 쉴 틈도 없이 성도들에게 나누어 줄 물품 등을 구입하려고 다시 거리로 나왔습니다. 지진의 피해를 본 건물들은 흉한 속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쓰레기는 예전에 비해 10배이상 쌓여있습니다. 보이는 평지마다 끝도 없는 천막의 행렬... 거리는 그렇게 변해 있습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이 있습니다. 훨씬 활기가 보입니다. 넘쳐나는 구제품으로 공터마다 시장이 형성되었고, 치안이 불안전하다는 보도가 이해되지 않습니다. 처참한 건물들의 잔해 속에 "희망" 이라는 단어를 봅니다. 저녁을 간단히 해결하고 성도와 아이들에게 나누어 줄 구호품들을 가방에 나누어 담는 작업을 합니다. 땀이 비 오듯 흘러도 마음엔 기쁨이 넘칩니다. 멀리 미국 땅, 시애틀 교회에서 귀한 성금을 모아 준 성도들의 사랑이 그들에게 전해 지길 기도하며 열심히 일을 합니다. 물품이 가득히 담긴 50개의 가방과 학교 용품 그리고 사탕까지... 새삼 평강의 성도들이 자랑스러웠습니다.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권사님은 아이들에게 줄 점심을 준비합니다. 맛있게 먹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피곤치도 않으신가 봅니다. 준비한 핫덕을 통에 담고 아카데미에 줄 학용품과 비품들을 차에 싣고 교회로 향합니다. 교회는 어떤 모습일까? 성도들은? 학생들은? 썩은 생철로 대강 지은 집들 사이, 무너진 집터엔 어김없이 천막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우리 교회에 가기 전, 잘 지은 순복음계 현지인 교회가 있었습니다. 예배 때는 발전기를 이용한 엄청난 사이즈의 PA System을 돌려 동네가 떠들썩하게 만들곤 하던 교회입니다. 단단한 벽과 잘 칠해진 페인트 그리고 지붕까지 모든 것을 부러워했던 교회입니다. 그런데 그 교회가 바닥만 남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또 우리가 우물을 파고 난 후 가까운 곳에 시에서 거대한 물탱크를 세웠었는데 그 물탱크는 흉한 고철 덩어리가 되어 땅에 쓰러져 있습니다. 아! 이 마을도 지진의 피해가 상당했구나... 그러한 피해를 당한 곳과 불과 5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는 우리 교회의 십자가가 눈에 들어옵니다. 십자가가 그대로 서있습니다. 눈물이 납니다. 파 놓은 우물도 여전히 잘 쓰고 있습니다. 주위에 널어 놓은 빨래들이 눈이 부십니다. 우리 교회를 지나, 30m 떨어진 곳에 루터교학교가 있습니다. 그 학교도 뒤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하나님의 교회 앞에서 "기적"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하나님은 부족한 우리들의 믿음을 위하여 그렇게 하나님의 교회와 성도를 지켜주셨습니다. 우리를 본 마을 주민들과 멀리서 뛰어오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목사님" "목사님" "집사님" "집사님" 우리를 맞아주는 성도들에 눈에 눈물이 맺힙니다. 서로를 꼭 안아주었습니다. 너무 늦게 찾아 온 것이 미안하고, 살아 있는 것이 고맙고, 앞일이 염려 되는 그러나 이렇게 만날 수 있는 것에 기쁨이 넘치는 그런 시간입니다. 이제 아이들의 얼굴을 살펴봅니다. 교실 교실을 돌아보며 마음이 아파옵니다. 학교를 시작한 지 일주일이 되었다고 합니다. 학생 수가 많이 줄었습니다. 죽은 아이들은 없지만 집을 잃은 부모들이 천막촌으로 들어가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좀 더 안정이 되면 차차 아이들이 돌아 올 것이라고 교사들은 희망의 말을 합니다. 이번 지진은 우리들이 믿음을 잃지 않을 만큼 교회를 흔들었습니다. 본당의 출입문부터 맨 앞 강단까지 양쪽으로 금이 가 강단이 기울고, 교육관 기초가 삐뚤어지며 지붕의 한 쪽이 내려앉았습니다. 교육관 뒤, 집들이 무너지면서 벽을 밀어 벽이 금이 갔는데 사다리로 받쳐 놓은 상태입니다. 아직도 여진이 오는 것을 느끼면서 위험해 보이는 교육관에서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여기저기를 돌아보며 마음이 무겁습니다. 어떻게 하는가? 할 일이 너무나 많은데 어떻게야 하는가? 준비한 구호품을 나누어 주고 성도와 교사를 격려했습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억울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염려가 영을 짓누릅니다. 아직도 그 염려를 떨쳐버리지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그러나 다시 한번 십자가를 바라봅니다. 지난 1년동안 생각 지도 않았던 많은 도움의 손길이 우리의 등을 밀어 주었기에 힘든 일을 잘 감당 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그러한 기적을 기대해 봅니다. 우리 앞에 놓인 거대한 골리앗을 이길 겨자씨 만한 믿음만 있다면 우리들은 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마음을 모으고 기도를 모아 앞서서 행하시는 하나님만 바라봅니다. 삶의 현장이든 선교의 현장이든 보이시는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며 최선을 다 하면 됩니다. 그리고 언젠가 돌아보면 우리를 업고 걸으신 주님의 발자국만이 선명하게 남아있을 것입니다. "화이팅!!! " 보좌에서 일어서서 힘내라시는 주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